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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절하고 아름다운 숨비소리

기사승인 2024.01.15  16: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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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비소리는 해녀가 물질할 때 터져 나오는 ‘호~오~이’ 긴 휘파람 소리이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호흡이며 생명의 소리이다. 법환 막내고모가 상군해녀라서 늘 그 곁에서 맴돌며 채취해온 소라며 미역 더러 오븐자기나 전복들을 신기해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말잿년은 크면 해녀가 되라” 하시던 고모 말씀처럼 해녀는 못되었지만 푸른 바다 시어를 채취하는 시인이 되어 밤낮 해녀나 바다를 소재로 한 시들을 숱하게 쓰곤 하였다. 이 숨비소리를 들을 때마다 늘 가슴 한 쪽이 저려 왔으며 치매가 왔음에도 건장하셨던 고모의 얼굴이 영혼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럴 때 시가 씌어졌고 또 모임 이름으로도 한두 군데 넣어주었다.
 
 “시를 쓸 수밖에 없구나.” 그 말 한 마디에 운명처럼 매일 시를 써오듯이,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서귀포 곳곳에 시가 울려 퍼지면 얼마나 좋을까, 이상향의 세계라고 그림으로 표현하였던 이중섭이나 정지용, 박목월, 서정주 등이 일찍이 머물며 창작활동을 하였던 서귀포에 시를 전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중얼거리곤 하였다.
 
 간절히 꿈꾸면 이루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숨비소리 시낭송회가 탄생하게 된 계기였다. 이중섭거리가 문화의 거리로 기틀이 다져질 무렵 한기팔 원로시인을 고문으로 필자는 창립회장으로 시를 사랑하는 시민이었던 고현심(현 시인), 김미성(현 서귀포 문화원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평소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시를 가까이하고 또 낭송도 해보며 시를 전파해보자 하는 취지로 숨비소리는 출발되었다. 이중섭거리에서 2012년 5월에 발기되었고 제1회 숨비소리 시낭송회가 열린 곳은 2012년 6월 13일 이중섭거리 초입 예그리나 찻집이었다.
 
 숨비소리 시낭송회란 이름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애송시를 혹은 자작시를 들려주며, 팍팍한 세상살이에 작은 샘물처럼 솟아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촉촉이 만들어주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8년을 창립회장으로 매달 1회 정기 시낭송 공연을 이중섭거리, 예그리나, (구)서귀포관광극장, 서귀진성, 자구리 해양공원 및 새연교 무대와 고영우 갤러리, 솔동산 문화의 거리, 석화 갤러리, 구두미 포구, 서귀포 예술의 전당, 탐라문화제 등에서 꾸준히 이끌었다. 그 당시 서귀포에 순수문화예술 동아리가 전무한 상태였던지라 시나 악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예그리나 찻집 밖에까지 터질 듯이 앉거나 혹은 서서 한마음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곤 하였다. 숨비소리 시낭송회는 그 후로 솔동산 문학회, 카노푸스 음악회, 시인과 나, 솔동산 음악회 등 여러 모임들의 태동의 계기가 되었다.
 
 그런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일까, 송년이나 신년공연에 각 모임에서는 초대시낭송이나 창작이야기를 들려주라고 해서 무척 분주한 나날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는 만사 제쳐두고 달려간다. 며칠 전에는 예그리나 공연 ‘시가 있는 풍경’, ‘나의 문학 이야기’에서 “끊임없이 꿈틀거리세요. 일상을 매일 시를 쓰고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세요. 자신의 고유한 재능과 능력을 실현하고 성취해 나가셔요. 망설이지 마십시오.”라고 말했다. “맞습니다” 하면서 누군가는 눈물을 글썽였고 누구는 함성을 질렀고 그 누구는 박수를 쳤다.
 
 이제는 먼 그리움으로 특별한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원로 한기팔시인은 늘 숨비소리 시낭송회 고문으로 ‘서귀포 문학의 원류’를 강조해주시곤 하셨다. 또한 서귀포를 다녀간 서정주, 박목월의 제자로서 은사이며 한국 대표시인들의 일화를 흥미진진하게 말씀해주셨고 또 몇몇 작품들을 직접 육성으로 낭송해주셔서 깊은 감동을 주시곤 하셨다. 폭풍의 화가 변시지 화백도 창가 의자에 앉아 조용하면서도 인자한 미소를 띤 채로 시낭송을 감상해주시곤 하셨다. 
 
 2022년 11월 20일에는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제100회 및 10주년 특별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그 10년 동안 끊임없는 큰 물결 작은 물결 같은 희로애락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회원들의 멋진 시낭송과 음악 연주가 펼쳐졌고 특히 윤동주의 ‘별 헤는 밤’ 합송시는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2023년 12월에는 한국예총 서귀포지회에서 수여한 ‘매월 정기시낭송회를 개최하여 문학과 공연을 통한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매진하여 온 공이 크다’며 ‘올해를 빛낸 자랑스러운 문화예술 대상 동아리부문’을 수상하게 되어 아주 감회가 새로웠다. “이번에 어떤 음악회가 쪼개져 두 개로 나뉘어졌다 하네요.” “괜찮을 겁니다. 갈등도 있고 분열도 있고 그 속에 또 발전도 있는 것이지요.” 소모임이나 소공연이 더 많이 열릴수록 문화예술은 활짝 꽃을 피울 것이다.  
 
 꿈틀거림으로 비상을 준비하는 사람들, 더 시인이고 더 화가이고 더 춤꾼인 사람들,  ‘숨비소리 시낭송회’도 이들과 더불어 한 발 한 발 꾸준히 걸어갈 것이다. 가장 처절하고 아름다운 휘파람소리를 품고서.

문상금 시인/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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