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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들의 나이 줄이기

기사승인 2019.07.14  17: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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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제주도에서 최고위급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A씨는 나이가 실제보다 3년 어렸다. 그 덕분으로 더 공직에 근무할 수 있었다. A씨의 나이가 실제보다 줄어든 것은 아버지 때문이었다고 한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때 아버지는 아들을 군대에 늦게 보내기 위해 호적상 출생 연월일을 3년이나 낮춰 신고한 것이다. A씨는 조상을 잘 만나 같은 동료보다 더 오랫동안 고위 공무원으로 근무한 것. 간부로 오래 있으면서 월급도 두툼하게 받았다. 동료들은 한결같이 A씨를 부러워했다.

서울 동작구청에서 일하는 서기관 B씨는 출생연월을 1958년에서 1962년으로 바꿨다. 그 시기가 정년퇴직을 2년 앞둔 201610월이었다. 이에 따라 B씨의 나이는 58세에서 54세가 됐다. 갑자기 어려진 B씨의 정년은 2018년에서 2022년으로 4년 늦춰졌다. 그는 아직도 공무원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나이를 줄이는 공무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인 경기도 위례시민연대(대표 임근황)가 최근 서울시 구청 인사팀 직원의 제보로 지난 5월부터 한 달간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출생연월 정정 사례를 정보공개조사한 결과, 2015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166명이 출생 연월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95%152명이 나이를 줄였다.

보다 구체적인 조사결과, 이 기간 동안 2년 이상 나이를 줄인 공무원은 20(중앙부처 4, 지방자치단체 16)이었다. 나이를 다운시킨 152명 가운데 146(96%)이 나이를 평균 12.6개월 줄였다, 이 기간 동안 나이를 줄인 공무원 중 60%87명은 승진하고 나서 나이를 줄였다. 가장 많이 줄인 경우는 서울 동작구 C 공무원이 201610월에 무려 49개월을 줄였다.

서울시의 경우 정년퇴직 1년 전에 나이를 39개월이나 줄여 퇴직일을 연장한 경우가 있었고, 서울 구로구에선 정년이 가까워서 서기관 승진이 어려웠던 공무원이 나이를 14개월 줄여 승진한 경우도 있었다. 나이를 고친 공무원들 십중팔구가 나이를 줄인 셈이다.

이런 나이 줄임 현상은 높은 월급을 보다 오래 받고 정년을 연장하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이 승진 직후 연령을 낮추면 높은 직위에서 일하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보다 높은 급여를 받으며 정년을 연장할 수 있다. 더불어 퇴직 이후 연금 급여액도 늘어난다. 공무원 연금액을 결정하는 데는 평균 급여액과 재직 연수가 고려되기 때문이다.

위례시민연대는 '갑자기 어려진 공무원'은 정년을 앞두고 퇴직 시기를 늦추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설령 실제로 나이가 많아서 사실대로 줄였다 할지라도 오랜 세월 공신력을 갖고 행사하였던 나이를 한참 뒤늦게 와서 왜 굳이 공무원 말년 즈음에 바꾸려고 하는지 그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현행 제도상 출생한 나이를 변경하려면 법원에 호적상 연령정정 신청을 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법원이 나이를 바꾸는 결정을 할 때, 신청인이 법원에 나와 심문(재판)을 받지 않아도 된다. 변호사도 사지 않아도 된다. 법원은 신청인이 제출한 족보나 기타 나이관련 문서를 보고 가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비송(非訟)사건이라 한다. 이러기에 신청인 입장에선 밑져야 본전이니 쉽게 법원 문을 노크하는 게다.

이런 얌체 공무원들의 행태는 후배공무원들의 승진기회를 박탈하고 조직발전· 안정을 저해한다. 앞으로 법원도 특히 공무원의 연령 변경신청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심사의 잣대를 들이데 신중히 결정해야 할 이유다.

임창준 객원 논설위원 / 전 제주도기자협회장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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