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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다 보니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물은 고귀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실험대상으로 하는 생물이 아무런 쓸모없이 버려지는 경우에는 때로 화가 나기도 한다. 최근에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강아지를 집에 들였다.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가기 전에는 애완견을 키우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람에게 치이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 회복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고 듣고 알게 되면서, 아이들이 키우길 가장 원하는 강아지를 집에 식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아들과 함께 애완견숍에 가서 다양한 강아지 품종들을 보면서 온도와 빛이 잘 조절되는 cage 안에 있지만, 창살에 갇혀 있는 모습과 주인을 만나고자 짖어대는 강아지들의 모습이 내 마음이 애잔하게 다가왔다. 딸아이가 동물 털에 대한 알레르기(allergy)가 있어 털이 잘 빠지지 않고, 크기가 작은 품종으로 선택해서 예약해 놓고 다음날 집으로 데리고 왔다. 방 한곳에 울타리로 강아지의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 주고, 강아지를 새 식구로 맞이하게 되었다.
아이들 때문에 강아지를 집안에 들였지만, 강아지의 연약함을 보며, 어린 아이들의 연약함도 투영해서 보게 된다. 언어체계가 다르고 행동양식이 달라 강아지가 하는 것들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배고프면 배고프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아프면 아프다고 표현하는 모습에서 순수함을 보게 된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너무나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왔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서로가 가면을 쓰지 않고 진솔한 모습으로 다가간다면 이 세상은 조금 더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강아지가 우리 집의 새 식구가 된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강아지를 보며 사람이 치유 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언론매체의 사회면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흉칙한 행위와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강아지만큼이라도 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때로 애완견들이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기도 하고 목숨을 해하여 기사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해치고, 사람이 동물을 해치는 것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이다. 물론 애완견이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해치지 못하도록 안전 장치를 해야 한다. 모든 애완 동물들을 야외로 데리고 나가서 사람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을 때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역할을 하지 못해 사람답지 못한 사람을 “짐승같다”, “짐승보다 못하다”라는 표현하기도 한다. 짐승은 자신에게 위험이 닥치는 경우가 아닌 경우에는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타인을 괴롭히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점차 인간성을 상실해가고 있고, 이 사회의 모습은 점차 나빠지고 어두워지고 있다. 이 사회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는 차츰 어려워지고 있다. 강아지가 사람다운가? 아니면 사람이 강아지다운가?
개는 사람과 같이 계통분류학상으로 척삭동물문 포유강에 속한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으로 불리기도 하고, 현생 인류의 학명인 ‘Homo sapiens sapiens’는 ‘지혜롭고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지만, 사람은 악한 면에서 만물의 영장으로서 최고의 지혜를 발휘하는 것 같다. 사람에게 희망이 있을까? 자꾸 사람에게 희망을 가져보려고 하지만, 희망을 키우기 쉽지 않다. 사람을 볼 때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의 힘으로 사람을 고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교육에 한계를 느끼게 되고, 이래서 종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봄 끝자락에 강아지를 보며 개똥철학자가 되어 본다.
김인중 제주대 생명공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