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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 mori, Vanitas...죽음을 기억하라, 삶은 덧없고 헛되다

기사승인 2018.12.12  11: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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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식 교수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는 ‘네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라틴어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라는 명제만큼 명확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두 번의 삶이란 존재하지 않기에 이 죽음이라는 미증유의 현상에 대하여 철학자, 예술가들은 깊이 고뇌했고 죽음은 항상 무겁고 빈번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었던 주제였다. 중세 말 죽음과 관련된 주제로 표현되는 <마카브르>라는 장르가 있었다. 마카브르 미술은 ‘죽음의 춤(무도)’를 뜻하며 ‘추기경과 왕, 교황과 황제를 춤판으로 이끄는 죽음’ 등을 제목으로 하여 남녀노소, 지위고하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을 죽음의 춤판으로 끌어들인다. 마카브르 미술에서 죽음은 서슬 퍼런 낫을 든 시신이나 해골의 도상으로 표현되며 냉소적이다. 죽음 앞에서 세속의 권력은 그저 헛될 뿐이다.

 

17세기 네덜란드는 문화의 황금기였다. 동시에 30년 전쟁과 네 차례에 걸친 흑사병은 인구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꾸는 심각한 재앙을 가져왔다. 30년 전쟁의 승리는 경제부흥의 토대를 마련했으나, 유럽 전역이 전쟁의 후유증을 앓고 있었기에 네덜란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기존의 가치와 이념들은 혼돈으로 빠져들었고 인생은 덧없고 허무함에 다름 아니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등장하게 된 네덜란드의 <바니타스> 정물화는 빠르게 전 유럽으로 확산되었다. 집집마다 구입해서 걸어두고 볼 만큼 당시 유럽은 그야말로 바니타스 열풍이었다. 이렇듯 바니타스 그림에서 드러나는 ‘죽음’의 의미는 우리 모두가 스스로 비춰보아야 할 ‘의식의 거울’을 말하고 있다. 바니타스 정물화는 중세의 마카브르까지 기원을 가지며 17세기 정물화를 대표하는 개념이 되었다.

 

바니타스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도상들이 상징하는 바는 명확하다. 해골은 죽음과 부패를, 회중시계는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섬세한 유리잔은 깨져 소멸될 존재를, 칼은 권력의 무상함을, 낡은 책은 죽음 앞에서 무용한 지식을, 꺼진 촛불은 이제 생명이 소멸 됐음을 각각 상징한다. 바니타스 그림을 보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면 그것은 우리가 가장 우려해야할 상황이다. 마카브르와 바니타스는 결코 죽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을 기억하라, 너희도 곧 나와 같이 되리라’는 필멸적 문구와 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거울인 <해골>이라는 상징을 통해 ‘너 자신을 찬찬히 돌아보라’는 삶의 경건한 훈계가 바니타스의 핵심인 것이다.

 

근대 이전의 유럽은 높은 유아 사망률, 굶주림, 전염병 등이 무수히 발생했다. 이들에게 죽음은 일상의 한 부분일 수밖에 없었다. 현대인들은 이러한 위협과 죽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나 결국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죽음은 동반자가 없다. 홀로 가야할 두렵고 외로운 길이다. 언젠가 자신에게 닥칠 죽음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강신주는 그의 저서 ‘철학이 필요한 시간’에서 고대 그리스의 현자 에피쿠로스를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가장 두려운 악인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우리와 함께 있지 않으며, 죽음이 오면 이미 우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의 해법이 너무나도 명쾌하지 않은가! 오지 않은 죽음을 두려워 말고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사랑하자. 우리 삶은 항상 죽음보다 앞선다.

 

   

피테르 클레즈/바니타스 정물화/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1630년

양경식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교수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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