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
ad27

도령마루를 아십니까?

기사승인 2018.12.06  17:50:07

공유
default_news_ad1
   
 

‘도령마루’는 제주시 7호광장 일대를 일컫는 지역입니다. 제주공항에서 신제주로 나가는 길의 야트막한 고갯마루, 한라산 방향 우측 능선에 소나무 숲이 있는 일대입니다. 지금은 ‘해태동산’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1970년대 쯤 해태제과라는 회사에서 해태상을 이 일대에 세우면서 해태동산으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매년 4월엔 부처님 오신 날 연등에, 12월엔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이 밝혀지는 곳이지요. 그곳은 예전에 도령마루라 불리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섬사람들에게도 낯선 지명이 되어버렸습니다.

도령마루는 제주4.3 당시에 여러 차례에 걸쳐 인근 지역 주민들이 토벌대에게 끌려와 학살당했던 곳입니다. 증언에 따르면 그 중 동산 서북쪽 맞은 편 소나무 밭이 주 학살지였습니다. 시체 주위의 땅에는 미친개들이 돌아다니고, 하늘엔 까마귀들이 새까맣게 뒤덮던 그런 곳이었습니다.

당시엔 사람들이 무서워서 이 일대를 피해 먼 길을 에둘러 다니기도 했었다는 그런 곳입니다. 또 그때 수습하지 못한 시신들이 더러 이 일대 어딘가에 묻혀있을 것이라 는 증언이 있기도 합니다. 그 후 제주공항에서 신제주 간 직선도로가 뚫리면서 소나무 동산이 동서로 나뉘었고, 또 오라로터리와 노형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개설되고 넓혀지면서 지형 자체도 많이 변모했습니다.

이 일대에서의 제주4.3 당시의 상황을 그린 현기영의 소설 「도령마루의 까마귀」에는, ‘동편 밭담 아래 송장들이 서로 포개져서 늘비하게 널부러져 있다. 그 위를 까마귀들이 사람들이 보자 까악까악 요란하게 우짖는다. 저렇게 많이! 아마도 서른 명은 넘으리라.’고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이곳에서 학살당한 시신들을 수습하는 장면을 비롯하여 이 일대 주민들의 고난과 희생이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4.3의 고난과 희생의 장소인 이곳은 도내 다른 유적지와는 달리 현재까지 거의 외면되고 방치되어 왔습니다. 오랜 세월 금기시되었던 제주4.3의 역사처럼 제 이름도 빼앗긴 채 야만과 굴종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왔습니다.

제주4.3 70주년을 맞는 오늘, 이 ‘도령마루’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도령마루는 신제주 인근에 있는 유적지임에도 불구하고 정비는커녕 찾는 이조차 드뭅니다. 또한 원래의 도령마루라는 아름다운 이름마저도 정체미상의 해태동산에게 빼앗긴 채 고립된 채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제주4.3의 정명을 찾는 여정은 우리는 이 도령마루의 원래 이름을 되찾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주4.3유적지임을 알리는 팻말을 설치하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표석도 세워 역사의 기억공간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렇게 작은 일 하나 하나 해나가는 과정에 역사의 정도가 또한 하나씩 새겨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4.3의 광풍에 시신들이 흩어지고/ 미친개들이 울부짖어/ 까마귀가 바람처럼 날리던 곳/ 그 이름은 도령마루/ 해태는 도령마저 삼키고/ 학살의 기억은 자본에 묻혀버린 곳/ 이름마저 빼앗겨/ 과자부스러기만도 못한 곳/ 신제주 방면에서 공항으로 내려가는/ 길목 어귀 소나무들의 기억 속엔/ 그 이름은 여전히/ 도령마루’ 이기 때문입니다.

 

김경훈 시인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d28
default_news_ad3
ad29

최신기사

default_news_ad4
ad30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ad31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