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가 끝내 외국인 영리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원 지사는 어제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을 공식 허가한다고 밝혔다.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개설 불허’ 결정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도민 반대가 더 많은 영리병원 개설을 허용하는 최악을 선택하면서 도민에게 사과했다.
원 지사는 누구보다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그는 어제로 사실상 반민주주의 인사가 됐다. 주민의 뜻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고 평가받는 민주주의 도지사에서 민의를 외면한 도지사로 선회했다. 공론조사위원회의 영리병원 개설 불허는 숙의민주주의의 절차에 의한 것으로 도지사는 마땅히 그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 관련 조례도 도지사는 숙의형 정책개발에 의해 도출된 결과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 지사는 정체된 와국인 투자와 대외신인도 하락 등을 영리병원 개설 명분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녹지국제병원 사업자 측의 행정소송 등을 우려해 민의를 외면하는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할 도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숙의형 공론조사는 그 자신 선택에 의해 이뤄진 것이고, 그동안 3차례에 걸쳐 공론조사위의 권고안을 수용하겠다고 했었다. 결국 도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다.
원 지사는 국내 영리병원 제1호의 허용으로 장차 전국 확대의 길을 터줬다. 사실상 내국인 진료도 가능했던 것을 외국인만 진료하는 영리병원을 조건부로 허용했지만 이는 일단 영리병원을 허가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 어느 시점에 가면 내국인에게도 진료를 허용해 공공의료의 근간이 무너지는 과정에 이르게 될 것이다. 결국 지난 2월 원 지사의 공론조사 수용도 6·13 지방선거를 의식한 꼼수였던 셈이다. 아마도 원 지사 스스로도 비난을 예상하고 선택한 결정일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치인의 대열에서 이탈한 원 지사의 선택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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