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을 확보하고도 다 쓰지 못해 남아도는 현상이 제주도만이 아닌 제주도교육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예산 중 집행하지 못한 불용예산은 제주도가 무려 1조520억원, 도교육청도 1670억원에 이른다. 예산 편성 시기만 되면 예산을 증액하기 위해 혈안이 되면서도 정작 확보한 후 집행은 느슨하다.
물론 사업계획이 차질을 빚어 예산을 제때 사용하지 못하는 불가피한 경우는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사유지를 매입해야 하는 사업은 토지주가 토지 매도에 응하지 않으면 공사기간이 초과되고 사업예산도 이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월예산은 그 원인이 불분명하다. 제주도 불용예산 중에는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 민간 사업자 등이 자부담금을 준비해야 보조금이 지급되는데 요건이 충촉되지 않아 부득이 예산을 남겨둬야 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왜 전체 불용예산 규모가 이렇게까지 많으냐는 질문에 대한 집행기관의 답변은 “사업이 차질을 빚어서” 정도에 그치고 있다. 참으로 무책임한 대답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공무원이 투철한 직무의식을 갖는다면 늦어질 사업도 정상화시킬 수 있다.
더구나 도교육청의 대규모 불용예산 발생이 일할 공무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도의회 윤춘광 의원(더불어민주당·동홍동)은 지난 17일 ‘2017회계연도 교육비 특별회계 결산’ 심사에서 “일할 사람이 있어야 예산을 쓸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예산이 늘어난 만큼 공무원이 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 간 도교육청의 행정직과 시설직 공무원은 약 100명 늘었다. 이 정도 증원된 인원이면 늘어난 예산 집행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부분의 도민은 터무니없는 공무원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도민 정서를 감안해서라도 더 이상의 공무원 수 늘리기는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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