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유튜브 전성시대...메이킹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김학준 ‘그거 봤어?’ (이상미디랩, 320쪽, 1만5000원)
 |
||
| ▲ 책 ‘그거 봤어?’ 표지. | ||
지난해 한해동안 가장 많이 성장한 유튜브 채널 세계 2위를 기록한 ‘워크맨’과 일명 ‘냉동인간’이라 불리는 그룹 GOD의 박준형을 내세워 만든 유튜브 ‘와썹맨’을 연달아 히트시킨 장본인이 있다.
바로 두 채널의 총괄 프로듀서(CP)인 김학준씨다.
워크맨과 와썹맨을 통해 성공했다고 알려진 그는 처음부터 거대한 계획을 갖고 유튜브 기획을 맡은 건 아니다.
그는 책을 통해 그간의 유튜브 기획부터 제작까지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한다.
10년 전, 그는 방송국 예능PD였다. 그러나 인터넷 영상을 제작하는 팀에 배정되면서 동료들은 그가 좌천됐다고 수군댔다. 1시간짜리 TV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예능PD가 15분짜리 인터넷 영상을 만들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유튜브 채널이 대중화되기 전이기 때문에 난항은 많았다. 유튜브를 잘 모르는 연예인들로부터 섭외를 거절받기 일쑤였다. 또 조회수를 올리는 데 급급해 자극적인 소재만 영상에 넣기 바빴다.
그는 그런 과거를 회상하며 예능PD로서 자괴감이 드는 순간이였다고 고백한다. 그러던 중 출연료를 묻지 않고 섭외에 응한 박준형을 만났다.
반백살이라는 적지않은 나이에 권위의식 없는 그의 친근한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게 됐다. 그렇게 유튜브 주 시청층인 1020의 기호에 적중해 구독자 100만명의 콘텐츠가 탄생했다.
저자는 와썹맨 촬영차 방문한 취업박람회에서 1020세대의 밥벌이 고충이 생각보다 깊다는 것도 목격한다. 그 고충을 가장 적나라하게 담을 수 있는 현장을 ‘아르바이트’로 생각한 그는 ‘워크맨’을 제작해 호평을 받게 된다.
저자는 기획은 창조가 아니라 보편적인 것을 재배치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보편적인 소재에 새로운 소재를 추가해 공감을 사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재탄생한다는 것이다.
책은 최근 늘어난 유튜브는 기성세대와 90년생의 갈등은 한낱 프레임이라고 강조한다. 서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같은 공간에 모여 같은 콘텐츠를 보고 웃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소통은 시작된다.
저자는 점점 멀어지는 ‘안방극장’을 다시 만들어 90년생 자녀와 ‘꼰대’로 오해받는 부모님이 한 공간에서 “그거 봤어?”라고 건네며 함께 웃길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미디어 종사자이자 CP로서 본인이 해야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2030 세대가 소비하는 결정적인 단서는?
한권 ‘이런 걸 사는 사람도 있어?’ (유노북스, 268쪽, 1만4000원)
 |
||
| ▲ 책 ‘이런 걸 사는 사람도 있어?’ 표지. | ||
요즘 직장인들은 어떤 물건을 살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2030세대의 생각과 소비 행태를 진솔하게 담아낸 책이 나왔다.
책은 경제활동을 막 시작한 90년대생들과 제법 회사에서 자리잡은 80년대생들이 힘들게 번 돈을 ‘어디에 쓰는지’라는 질문을 가진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그들이 가진 생각과 지갑을 여는 순간, 어떤 요소에 반응해 그들의 욕망을 자극하는지 등을 알아본다.
충동적으로 구매한 물건부터 일시불과 할부 사이에서 머뭇거리다 결정적으로 지갑을 여는 에피소드, ‘절약하지 않는 자는 고뇌할 것’이라는 옛 선인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긴 효율적인 소비 이야기, 나만 사기 아까운 물건을 소개하는 일화, 아끼지 않고 돈을 써 보겠다는 다짐한 이의 실천, 고민은 미덕이라며 물건 하나를 살 때도 끊임없이 고민하는 마음 등을 낱낱이 지켜볼 수 있다.
저자는 “각자의 행복을 조금씩 공유해 온 사람들의 소비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책을) 펴냈다”고 전했다.
#그냥 살아지는 생명은 없어
김나율 ‘우리 모두는 살아있는 게 기특한 사람’ (위즈덤하우스, 232쪽, 1만3800원)
 |
||
| ▲ 책 ‘우리 모두는 살아있는 게 기특한 사람’ 표지. | ||
일명 ‘조울증’으로 알려진 양극성장애 진단을 받은 이후 병과 자신의 싸움을 이어온 저자의 삶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저자는 언제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우울로 여러 번 자살충동에 휩싸였다.
자살을 계획하고 끝없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저자는 자신이 실패한 것이 아닌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는 사실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전한다.
우울증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정신과 보호병동 입원을 결정했다.
다정하고 오래 사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저자는 힘겹게 싸워온 그 모든 과정을 자신과 같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독립출판물에 이어 이번 책을 펴냈다.
이후 많은 독자들의 공감과 응원을 받아 살아갈 이유를 얻었다고 전한다.
책은 ‘나을 수 있나요, 제가’, ‘누구보다 죽고 싶지만 누구보다 살고 싶어서 여기 왔으니까’, ‘내가 살아있어서 좋았다’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여태 살아온 것은 내가 최대한 노력했기 때문이야
패티 유미 코트렐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비채, 248쪽, 1만3800원)
 |
||
| ▲ 책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표지. | ||
떠난 사람의 삶을 재구성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 나왔다.
저자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돼 남동생의 자살이라는 아픈 경험을 가졌다.
그가 쓴 첫 소설인 이 책은 출간 이후 미국독립출판협회 금상을 비롯한 화이팅 어워드, 반스앤노블 디스커버상 등을 아우르며 독립출판물이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수상했다.
저자의 경험과도 같이 주인공 헬렌은 남동생의 자살을 겪는다. 주변 사람들은 그들이 닮았다고 말하지만 정작 둘은 서로 잘 알지 못한다. 학교에서 문제아로 불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헬렌은 거주하던 뉴욕을 떠난다. 동생의 자살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거라 여기며 동생의 삶을 재추적한다.
헬렌은 큰 집에서 동생을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고 동생의 방에서 잠을 잔다. 그러면서 동생의 삶을 처음으로, 차근차근 알아간다.
저자는 “소설은 대단히 사적이지만, 내게 일어난 일을 염두에 두고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1달러의 흐름을 알면 세상이 보인다
다르시니 데이비드 ‘1달러의 세계 경제 여행’ (센시오, 284쪽, 1만6500원)
 |
||
| ▲ 책 ‘1달러의 세계 경제 여행’ 표지. | ||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옷을 살 수 있지만 그 옷을 보관할 내 집을 소유할 가능성은 왜 더 낮을까?
질문에 대한 답은 달러의 흐름 안에 있다.
책은 달러가 흐르는 것을 알면 세계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 알 수 있다고 전한다.
저자는 1달러가 월마트 계산대를 떠나 전 세계를 이동하는 동선을 따라가면 각국에서 벌어지는 경제 현상과 그 현상이 어떻게 내가 사는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된다고 말한다.
1달러는 먼저 미국 텍사스주 월마트의 계산대에서 시작한다. 이어 중국 인민은행의 금고로 향하고 중국은 이 달러를 나이지리아 철도 건설공사 비용으로 사용한다.
또 이라크의 석유산업, 인도의 쌀 농경지, 인도의 IT산업, 러시아 무기공장, 독일의 부동산, 영국의 금융가를 거쳐 미국으로 돌아온다.
경제를 쉽게 배우고 싶은 독자들이나 세계 경제 개념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겠다.
#태평시대의 명암을 밝힌 남효온의 삶
정출헌 ‘남효온 평전’ (한겨레출판사, 420쪽, 2만원)
 |
||
| ▲ 책 ‘남효온 평전’ 표지. | ||
조선 제9대 왕인 성종이 나라를 이끌던 시절은 조선시대의 황금기라 불린다. 그러나 이 시대가 열리기 전, 어두운 역사가 있었다. 세조의 왕위 침탈이다.
계유정난이 일어나고 세조가 반정에 성공하자 당시 공을 세운 이들은 정치적 실권을 장악했다. 성종이 재위한 이후에도 원로대신으로서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정국을 주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5살의 젊은 유생 남효온은 세조의 왕위계승에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는 단종의 생모인 현덕왕후의 신원을 복권하고 능을 복위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려 조정에 파문을 일으켰다.
과거사를 들춰내 집권 세력의 심기를 건든 대가는 혹독했다. 조정에서 쫓겨난 그는 이후 경계인의 삶을 살며 아웃사이더의 시선에서 성종 시대의 밝음과 어둠을 포착했다.
책은 사육신으로 일컫는 그의 일생을 비춘다. 좌절과 울분에서도 자신의 꼿꼿한 기개를 잃지 않은 이상주의자의 삶이 담겼다.
임청하 기자 purenmul@jejupre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