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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다…그러나 상징은 강하다

기사승인 2019.08.08  1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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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식 제주대 교육대학 교수] 기원전 3000년 경 메소포타미아 우르크에 사는 한 부유한 상인이 하인 사라크에게 칼바의 훔타르에게 보여주라고 하며 무수한 잔금이 새겨진 사금파리를 건넨다. 반나절을 걸어 훔타르에게 사금파리를 건넨 사라크는 꿀단지를 받고 돌아오며 깨진 사금파리 조각만 보고 주인의 뜻을 아는 것에 대해 주인과 훔타르는 마법사가 분명하다는 생각에 잠긴다. 사금파리의 잔금은 갈대 펜으로 쓴 메소포타미아의 설형문자다. 사라크의 주인은 훔타르에게 지난번에 꾸어간 꿀을 갚으라는 편지를 보낸 것이다. 문자가 소수의 전유물이던 시대에 사라크의 눈에 비친 주인과 훔타르는 마법사일 수밖에 없다.

위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것의 힘에 관하여 남경태가 그의 저서 철학에서 언급한 내용을 필자가 요약한 것이다. 오래전 형상을 본뜬 상형문자가 여러 곳에 존재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문자는 사회적 약속에 의한 철저한 상징기호다. ‘사과라는 글자에는 사과의 속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영어 ‘apple’도 마찬가지이며 apple이란 단어에 사과의 단맛이라든가 열매의 특징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 않다. 1+1=2라는 결과에서 2가 둘이라는 속성을 갖고 있거나 일곱이라는 글자에 일곱 개를 특징하는 어떠한 속성도 없다. 전 세계의 문자와 언어는 사회적 약속으로 이루어진 철저한 상징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과를 고래라 바꿔 불러도 무방할 것이라는 생각도 타당하다. 단 동일문화권 구성원들의 이행약속과 이에 익숙해질 시간이 담보되어야 하겠지만.

   

몬드리안 / 나무연작 / 1911

현실의 나무를 재현한 그림, 유사성의 원칙: 도상기호

문자시대 이전의 소통방식은 체계화가 덜된 당시의 언어와 그림의 형식을 빌렸을 것이다. 고대인들이 어제 사냥한 들짐승이 어떤 종류인지 설명하기 위하여 무거운 포획물을 마냥 끌고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언어가 불확실하고 문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고대인들에게 그림은 아주 확실하고 편한 의사전달 수단으로 기능했다. 문자 발명 이후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 시대까지도 그림은 일반인들에게 성서를 비롯한 그 외 지식을 이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당연히 이때의 그림은 상징이 아니라 대상과 닮은 도상기호로서 기능했다. 위 사라크의 예처럼 소수의 지배층들이 상징을 익히고 을 독점하며 그들의 힘을 강화할 때 서민들은 그림이라는 닮음의 도상기호를 통해 세계를 이해했던 것이다.

   

몬드리안 / 나무연작 / 1911

나무의 속성은 남아 있으나 현실의 나무가 점점 사라짐: 지표기호

최초의 글인 상형문자 형식으로는 표현의 한계가 있다. 이를테면 희노애락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감정들은 도상화하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문자는 도상에서 점점 상징으로 이행해갔다. 그림은 어떨까. 의사소통에 중요한 기능을 했던 그림 또한 우리 눈앞에 존재하는 현상 외에 추상적 관념들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생겼다. 르네상스 이후 까지 꾸준했던 재현의 힘20세기를 기점으로 많은 상징 기호들에게 점점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몬드리안 / 나무연작 / 1911

도상으로 출발한 현실의 나무가 정신적 가공을 거쳐 추상화 됨: 상징기호

현재의 미술은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친절하게 닮음의 기호만 얘기하지는 않는다. 수많은 상징기호가 관람자들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그러므로 그림을 본다는 것은 상징기호를 익히듯 다양하고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한 것이다. 1+1=2라는 상징이 진화하여 명왕성까지 탐사선을 보내 데이터를 전송받는 세상이지 않은가. 상징의 힘은 이처럼 강한 것이다.

양경식 제주대 교육대학 교수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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